정부차원에서 혁신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수십조원의 재정투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창업국가”를 표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냉정하게 ‘자문자답’을 해보자.

정말 “창업국가” 정책이 매력적이라면, 정부차원의 제반 정책을 입안하고 또 실행하는 분들 스스로 고위공무원직 던지고 시장에 나와 ‘창업’해야 하는것 아닌가?

자신의 자녀들을 창업하라고 적극 뒷받침 해야 하는것 아닌가?

“창업국가”를 표방한 수십조원의 재정투입은 순기능적 효과 보다, 중장기적으로는 역기능적 효과를 보일 개연성이 더 높다. 그 이유는, 정부가 행해야 할 역할과 기능의 우선순위가 잘못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창업국가”를 위해 정부에서 단기적으로 행해야 할 역할과 기능을 요약해보자면,

  1. [혁신의 유효소비시장] 조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 – 공공조달에서 신생기업이 구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메커니즘(미국의 i-Corps 참조) 마련
  2. 법과 제도의 정비 및 공정경쟁환경 조성 – 회사법의 단행법제화(기업활동의 기본법), 영미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국무총리실 직속 규제관리위원회(범 정부적 규제관리 통합관리 기구) 신설
  3. 시장 실패의 보완 – ‘기업가 보험’ 도입, ‘기업 실패 및 재도전 전담 기구’ 설립

중기적으로 해야할 역할과 기능은, 1) 초-중-고-대학 교육 혁신, 2) ‘세계 혁신의 실험장 전략의 입안과 실행’, 3) 신국제화 전략(싱가포르와 같은 개방형 국가)로 요약 할 수 있겠다.

 

“창업국가”를 표방 하겠다고 하는 정부가, 기업활동의 기초가 되는 기본법인 “회사법” 조차 단행법제화를 하지 않고 수십조원의 재정을 투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적 재정의 남용이라 할 수 있다.

영미법은 처음 법률 제정 시 부터 ‘회사법(영국) 또는 기업법(미국)’이 단행법으로 제정되어 있다. 가깝게는 중국(1993년)과 일본(2005년)도 기존 상법에서 회사법이 분리되어 단행법제화 되어 있다.

회사법

연대보증은 금지하거나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법을 단행법제화 하게 되면, 주식회사 대표자에 대한 연대보증은 법률적 근거가 없는 행위이다. 따라서 위법사항이 되는 것이다. 최근 1-20년 동안 연대보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정부에서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했었지만, 이는 ‘회사법의 단행법제화’를 하지 않고는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는 사안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주식회사’ 설립이 가장 쉬운 나라이다. 또한 ‘주식회사’가 망하는 것도 세계 최고 이다. 인구학적으로 보면, 많이 태어나고 많이 사망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형’으로, 전형적인 후진국형 구조 이다.

회사 유형(현행 상법상 5개) 중 가장 복잡성이 높은 ‘주식회사’를 자본금 100원으로도 설립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고, 이는 시가총액 300조원을 넘나드는 삼성전자와 같은 “급”으로 간주되어 법률적 적용을 받는 구조이다. 우리의 현행 주식회사 제도는 신생기업에게는 불필요한 형식이 많은 ‘무거운 옷’이고,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에게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구멍나고 찢어진 헐거운 옷’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기업을 시작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채택하는 회사유형은 ‘유한책임회사(LLC)’이고, 전문 서비스의 경우는 ‘유한합자회사(LLP)’를 주된 내용으로 채택한다. 우리의 주식회사에 해당하는 미국의 ‘C Corporation’은 미국 전체 법인사업자 중 약 15% 정도만이 이 회사의 형식을 지니고 있다.

회사 유형을 사업주체의 목적에 따라 세분화 하고, 이를 ‘기본원리-소유 및 지배구조-운영체계’ 간 정합성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전제로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Screen Shot 2017-11-06 at 8.31.49 AMScreen Shot 2017-11-06 at 8.32.14 AM

 

공정거래 관련 법률적 환경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여전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인데, 핵심은 ‘가해자 입증 vs. 피해자 입증’에 있다.

영미의 징벌적손해배상제도는 ‘가해자 입증’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우 ‘피해자 입증’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한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 했다면, 영미의 경우는 해당 ‘대기업’이 ‘우리가 해당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이것이다’라고 제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해당 ‘중소기업’이 ‘특정 대기업이 우리의 기술을 탈취한 것이다’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무늬만 징벌적손해배상’인 이유이다.

영미권에서 대기업들이 매출액이 전혀 없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을 천문학적 금액을 지불하고 인수하는 이유가 바로 ‘가해자 입증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때문이다. 만약 해당 기업을 인수하지 않고, 해당 기업의 기술이나 사람을 빼갔을 경우 해당 대기업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해당 스타트업이 미래에 발생 시킬 매출과 수익의 3~10배(주 마다 최대배율이 다름)를 물어야 한다. 또한 이로인한 평판 훼손은 더 이상 해당 대기업이 시장에 존립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도록 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가해자 입증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대기업에 회사를 매각할 것을 전제로 한 ‘기술 창업’을 활성화 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가 ‘딥 마인드 테크놀로지’를 2010년 설립해서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4년만에 구글에 약 5천억원 가까운 금액에 인수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Screen Shot 2017-11-06 at 8.34.14 AM

 

기본적으로 우리는 기업들이 상대하는 고객의 유형에 따라 B2C, B2B, B2G로 구분한다. 대중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의 경우, 장기간의 저성장 그리고 양극화 및 심각한 가계부채 등으로 인해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바닥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B2B의 경우 재벌들이 가치사슬을 전방위적으로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상태라 신생기업이 비집고 들어 갈 틈이 없다. 결국 신생기업의 혁신적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경제주체는 정부 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국과 영국이 창업촉진 정책을 펼치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 바로, “혁신의 유효소비시장 조성”이다. 혁신적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부에서 또 공공영역에서 ‘선 구매’를 해주는 것이다.

신생기업들의 경우 구조적으로 품질이나 기능성의 관리가 취야할 수 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회사 설립 전 부터 ‘산-학-연-관’이 한 팀이 되어 기술기반 창업을 진행한다. 이것이 바로 ‘i-Corps 프로그램’이다.

우리의 경우 R&D지원 사업이나 공공조달의 경우, ‘공고-지원-심사-선정-지원’의 ‘공급자 중심 프로세스’를 지니고 있는데 반해, 영미권 국가들의 경우 공공조달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선 계획하고, 이를 ‘포트폴리오’ 개념을 기초로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영역’과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영역’으로 구분짓고 ‘혁신 촉진 영역’의 경우 ‘산-학-연-관’이 한 팀이 되어 기획단계 부터 함께 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와 같이 ‘비전문가 심사위원’에 의한 평가가 아니라, ‘사전 공개된 전문가’에 의해 평가가 진행된다. 그리고 심사 또는 평가 결과는 반드시 피드백을 해주어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관리를 통해 “짬짜미”와 같은 역기능적 행위가 발생할 원천을 차단하고 있다.

Screen Shot 2017-11-06 at 8.46.12 AM

 

기업활동의 기본법도 제정되어 있지 않고, 투명하고 공정한 재정집행 및 관리 체계도 성숙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십조원의 재정을 투입하여 “창업국가”를 만든다는 정책은 “창업 생태계”를 ‘창업의 주변인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투전판’과 ‘자생력이 없는 기업들이 주를 이루는 좀비 기업판’으로 만들 개연성이 매우 높다.

정부의 정책입안 배경과 취지는 충분히 이해 한다. 그러나, 그 우선순위와 접근법은 달리 해야 한다.

재정투입의 시기를 좀더 뒤로 미루고, 우선 1) 혁신의 유효소비시장 조성, 2) 회사법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 3) 기업가 보험 제도 및 기업 실패와 재도전 전담기구 설립 등 시장실패의 보완, 이 3가지 우선적 사항에 보다 집중하여 선제적 기반구축을 한 후에 재정투입을 해도 시기적으로 절대 늦지 않다.

Screen Shot 2017-11-06 at 8.46.28 AMScreen Shot 2017-11-06 at 8.46.50 AM

 

국가에서 “돈 주고, 창업해라” 할 것이 아니다.

창업은 혁신가들의 자발적 도전에 의해 이루어질 때 그 가치와 결과가 창업자(팀)와 주변인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에 골고루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수십조원 재정투입에 기초한 “창업국가” 정책은, 자칫 ‘돈 장난’하는 ‘꾼’들만 양성하는… 창업자 보다 창업의 주변인들만 혜택을 보는…그래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례’로 남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진정으로 “창업국가”가 된다는 의미는 정책공무원들이 스스로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창업의 대열에 뛰어드는 모습이 보일 때 이다. 노량진 일대에 자리하고 있는 공무원 수험생들이 기꺼이 창업에 뛰어 들어야 겠다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직, 대기업, 공기업 자리를 박차고 나와 기꺼이 창업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이상적 기대사항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환경에서 창업을 한다는 것은, 창업자가 ‘좀비화 되거나’, ‘사기꾼이 되거나’, ‘범법자가 되거나’에 해당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높다. 또한 실패 시 재기 또한 불가능한 구조이다.

종합해보면, 우리의 국가 시스템은 ‘창업자’가 되기 보다 ‘공무원의 삶’이 여전히 더 매력적인 상태이다.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