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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의 쇠락과 아세안의 부상, 그리고 대한민국 기업의 미래

스위스 IMD 2024 국가경쟁력 순위는 이전의 측정보다 한층 더 객관화 되었다. 국가 간 경쟁력 비교의 가장 고도화 된 비교 측정 모델이라 평가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IMD 국가경쟁력 비교는 순위보다는 그 측정값을 기준으로 비교 해보는 게 더 의미가 있다.

싱가포르(1위, 100), 미국(12위, 83.5), 캐나다(14위, 81.0), 대한민국(20위, 75.9), 독일(24위, 72.7), 영국(28위, 70.8), 프랑스(31위, 69.7), 일본(38위, 65.0), 이탈리아(42위, 61.4), 이상이 G7 국가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현주소다.

우선 한국의 경우, 그 절대 순위도 낮고, 경제규모나 소득 수준 대비 국가경쟁력의 상승 흐름을 더 만들어 내지 못하는 ‘성장 정체’ 상태에 있다. 현재의 네덜란드 정도의 지위에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G7과 비교 시 상대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미국, 캐나다에 이어 그 다음 지위다. 일본과는 순위나 스코어 모두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인구 수 5천만 명 이상 국가로 이를 한정 해보니,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번째 지위다. 중국은 이제 미국에 근접한 수준의 국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아직도 상승의 여지가 조금은 더 있어 보인다.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국가경쟁력의 변화 흐름을 요약하자면, “G5/G7의 쇠락-아세안의 부상”으로 요약 정리할 수 있겠다. G7국가 중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 이상의 G5 국가들의 경쟁력 하락세가 완연하다. 이제는 이들을 ‘마이너 G5’로 표현하는 게 적절하겠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럽을 대표하는 국가인 독일의 쇠락 흐름이다. 24위에 랭크 되어 대한민국(20위) 보다 국가경쟁력이 더 낮은 것으로 평가 되었다.

주된 이유는 기업부문의 효율성 하락세다. 이는 타 ‘마이너 G5’ 국가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 중 일본은 기업부문 효율성이 측정값 30.8로 한국(59.5)의 절반 수준이다. 이들 ‘마이너 G5’의 국가경쟁력 쇠락의 주된 원인 두번째는 정부부문 효율성 문제다. 이는 미국을 포함 G7 전체와 한국도 측정값이 40~50 구간에 있어, 가장 높은 스위스(90.0)의 절반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부문 효율성은 행정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행정-입법-사법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다. 즉, 국가 전반의 공적 시스템의 효율성을 의미한다. G7 중 이탈리아는 측정값 32.1로 정부부문 효율성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대대적인 정치개혁이 있지 않고 서는 이탈리아의 발전적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움을 시사하고 있다.

‘마이너 G5’의 국가경쟁력 쇠락 흐름이 완연한 가운데, ‘아세안’ 국가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아세안의 맹주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국가경쟁력 측정값은 71.5로 영국(70.8) 보다 높은 수준이며, 인프라부문을 제외하고는 ‘마이너 G5’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국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한국과 비교 시에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아세안’의 부상에는 인도네시아만이 아닌, 태국의 국가경쟁력 상승 흐름 또한 눈에 띈다. 말레이시아의 국가 경쟁력은 일본의 수준을 넘어섰고, 프랑스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아세안의 메이저그룹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는 이미 G7 국가경쟁력 평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2024 IMD 국가 경쟁력 측정값 기준, G7 산술 평균값은 71.54, 아세안은 72.94에 이른다.

2024년 기준 아세안의 인구수는 6억8천만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들 인구의 중위 값 연령은 30.6세다. 1인당 GDP는 명목 기준 6천 달러, PPP 기준 1만8천 달러에 이른다. 성장 잠재력과 경제 규모 모두 2024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아세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 기업들에게 아세안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다.

한류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게 존재하고 있고, 특히 제조업의 경우 기술 수준에 따른 제조 인프라와 제조 활동의 포트폴리오를 한국-아세안으로 이원적 구성과 운영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 양대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이 특히 일본, 아세안, 그리고 인도까지 아우르며 중국을 견제하는 흐름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 시장과 중앙 집권화 된 강력한 국가 권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고도 실험적인 혁신을 통해 그들의 고유한 경쟁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 기업들은 아세안 지역을 ‘제2 내수시장화’ 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글로벌 전략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인구 5.2천만 명에 아세안 6.8억 명을 합하면, 7.2억 명의 인구수가 되어, G7의 7.5억 명과 유사한 수준의 규모가 된다. 지역적으로 오히려 아시아 지역에 밀집된 관계로 G7보다 더 연대 및 결집효과가 큰 경제 블록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기업들은 또한 아세안 지역을 통해서 확보한 규모의 경제 효과에 더해 미국-한국-아세안의 혁신 벨트를 잇는 ‘이노베이션 트리플 헬릭스(Innovation Triple Helix) 모델’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혁신활동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무엇인가를 더 낫게(something better)하는 ‘생산적 혁신(productive innovation)’과 새로운 무엇인가(something new)에 해당하는 ‘창조적 혁신(creative innovation)’, 그리고 생산적 혁신과 창조적 혁신을 결합하여, 기존 시장을 와해 시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형 혁신(entrepreneurial innovation)’이다.

미국은 특히 ‘창조적 혁신’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독보적이다. 스웨덴, 이스라엘 등의 강소국이 있지만, ‘창조적 혁신’의 ‘유효 시장’을 임계 규모 이상으로 지니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세상의 모든 창조적 혁신은 미국으로 통한다.’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다.

‘생산적 혁신’은 최근 20여년 간 중국의 몫이었다. 여전히 중국은 ‘생산적 혁신’에서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생산적 혁신’이 곧 효율의 영역이고 또한 규모의 경제와 직결되는 고유의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아세안 지역을 자사의 ‘생산적 혁신’의 기지로 삼고, 미국을 ‘창조적 혁신’의 기지로 활용하며, ‘기업가형 혁신’의 효과를 만들어 내는 접근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들 중 ‘미국-한국-아세안 트리플 헬릭스 모델’을 가장 고도화 하고 있는 사례로 현대자동차그룹을 꼽을 수 있겠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혁신 기지를 구축하는 경우는 많으나, 아세안 지역에 고도화 된 혁신 기지를 구축하는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싱가포르에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를 준공하고 현재 이를 운영 중에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공장의 경우도 단순 제조 기능만 갖는 것이 아닌, 생산적 혁신을 고도화 하기 위한 현지의 연구와 산학협력 등 다양한 시도와 투자들이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글로벌 경영활동은 과거 ‘수출-수입’ 중심의 무역 관점을 넘어 이제는 전 세계를 하나의 단일 블록으로 바라보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 변화는 기업들이 ‘창조적 혁신’, ‘생산적 혁신’, 그리고 ‘기업가형 혁신’을 어떻게 초국적(transnational) 관점에서 조정-통합-실행 하는가에 따라 그들의 미래가 결정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즉, ‘초국적 혁신경영(transnational innovation management)’은 이제 기업경영에 필수적인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은 ‘미국-한국-아세안’을 중심 축으로 하는 ‘트리플 헬릭스 혁신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지역 간 협력을 넘어, 각 지역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혁신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창조적 혁신역량, 아세안에서 빠르게 부상하는 생산적 혁신역량, 그리고 이를 유기적으로 조합하여 활용하는 기업가형 혁신역량을 발현하여 새로운 성장 잠재력을 현실화 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한국-아세안’을 잇는 ‘트리플 헬릭스 혁신생태계’의 조성과 고도화 여부는 대한민국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닌,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길이다. 과감한 혁신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 기업의 미래는 바로 여기에 있다.

© 이영달, 경영학 박사, KET / NY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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