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News and Insights

왜 정부의 정책에 ‘판타지 용어’가 계속 등장하는가?

왜 정부의 정책에 ‘판타지 용어’가 계속 등장하는가?

산업통상자원부 공식 블로그에 「유니콘·데카콘·헥토콘! 상상 속 동물? 아니죠~」라는 제목의 콘텐츠가 올라왔다(’22.10.21.).

이 용어들은 스타트업 업계나 투자자 사이에서 쓰이지만, 정부에서 공식 정책 용어로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그 근본적 성질이 ‘판타지 용어’이기 때문이다.

‘판타지 용어’ 사용에 대한 경계

2021년 발표된 「글로벌 유니콘 클럽 연구(벤처창업연구 제15권 제6호, 이영달 외)」에서는 정부가 이 용어 왜 쓰지 말아야 하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2016년, 미국 SEC 의장 메리 조 화이트(Mary J. White)는 실리콘밸리에 직접 방문해 ‘유니콘 기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주문했고, 2017년 이후 미국 정부나 공공부문에서는 이 용어 사용이 급감했다. 뉴욕 자본시장에서 ‘유니콘·데카콘·헥토콘 기업’을 이야기하면, 말하는 이의 전문성부터 의심받는 분위기다. 정부 영역에서라면 그 의구심이 더욱 커진다.

문재인 정부에서 꽃핀 ‘유니콘 신드롬’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에 들어 ‘유니콘 신드롬’이 본격적으로 조장되었다. ‘유니콘 기업’은 애초에 마케팅 용어로, 상상 속 동물인 유니콘처럼 현실에서 보기 힘든 기업가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정책 목표로 삼으면서,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지고(버블) ‘뱃지 효과’가 나타나 자본시장에 왜곡을 일으켰다. 미국 SEC와 정부가 이 용어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한 것도 이러한 부작용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유니콘 기업 OO개 육성’을 공식 목표로 선언했고, 기업과 정부 모두 판타지 세계에 빠져들었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도 이러한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신드롬과 동일한 패턴

나는 문재인 정부 당시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활동과 ‘4차산업혁명’ 신드롬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여러 번 밝혔다. 결국 이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정권을 마쳤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인공지능(AI)이 이끄는 디지털 대전환이지만, 정부와 공공부문은 WEF(세계경제포럼)가 만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마케팅 구호에만 몰입해 소중한 자원과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소진했다.

‘정부만능론-판타지 정책’의 절정

민주당 집권플랜 「대한민국 성장전략」에는 삼성전자급 기업이라는 수식어에 기반한 ‘헥토콘 기업 6개 육성’과 ‘유니콘 기업 100개 육성’ 계획이 적시되어 있다. 이를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정부만능론-판타지 정책’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 정권이라면 달라야 한다

윤석열 정부와 보수 정권의 정책은 이와 달라야 한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서 기각되어 직무에 복귀한다면, 보수 정치에 걸맞게 ‘작고 유능한 정부’로 거듭나기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19개 부(部)로 운영되어, 미국(15부)·일본(11부)에 비해 더 많은 부처를 두고 있다. 즉, 우리는 소부처가 많아 실질적으로 큰 정부를 지향하는 구조다.

소부처제에 의한 큰 정부가 낳는 심각한 문제

1️⃣ 정부만능론 심화

각 부처는 법률·인사·예산을 독자적으로 운용하면서 자기 조직을 계속 확대한다. 특히 ‘○○진흥원’을 무분별하게 신설해, 정부가 시장 영역까지 파고드는 ‘정부만능론’ 현상을 강화한다.

2️⃣ 과도한 행정경로비용(Indirect Costs of Bureaucracy)

정부 예산이 실제 수혜자에게 도달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행정경로비용이 20~30% 정도로 추산된다. 600조 원 예산 중 120~180조 원이 간접비로 소진된다는 뜻이다.

3️⃣ 정부 부처 칸막이가 만든 중복과 사각지대

부처 간 권한과 업무가 중첩·충돌되거나, 관리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이 생긴다. 이 때문에 법과 규제가 현실 변화에 뒤처지고, 시대 흐름과의 괴리가 커진다.

4️⃣ 성과주의와 ‘판타지 용어’ 남용

부처별로 성과를 드러내기 위해 시장에서 통용되는 ‘유니콘 기업’ 같은 판타지 용어를 차용해, 정부 정책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런 관료적 성과주의는 장기적 혁신보다 단기 지표 달성에만 몰두하게 만든다.

5️⃣ 정부 본연의 규범·공공 역할 약화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사이, 정작 중요한 법·제도 정비와 시장 질서 감독 같은 공공적 기능이 소홀해진다. 그 공백을 다시 판타지 구호와 홍보가 메우면서 정책은 실질 효과보다 보여주기 식으로 흐르는 악순환에 빠진다.

판타지 용어가 계속 등장하는 근본 이유

결국 정부 정책에서 판타지 용어가 반복되는 이유는, ‘소부처제에 의한 큰 정부’가 스스로를 확대 재생산하고, 그 속에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만능론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유니콘·데카콘·헥토콘’에서 ‘4차 산업혁명’까지, 정부가 한 번 주도하면 현실적 목표처럼 둔갑해 버리는 것이 문제다. 이미 미국·유럽 자본시장에서 경계해 온 사안이며, 우리 역시 연구와 경험으로 충분히 확인했다.

‘작고 유능한 정부’가 답이다

윤석열 정부와 보수 정권이 이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중복과 낭비를 줄이고, 진흥 대신 규제·감독·조정 등 공공성을 지키는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기업 몇 개를 육성하겠다”며 판타지 용어를 내세우는 순간, 이미 그 정책은 본질에서 빗나갈 가능성이 높음을 유념해야 한다.

결론: 판타지가 아닌 실체적 변화

정부의 본래 역할은 시장이 제 기능을 하도록 공정한 규칙을 마련하고, 혁신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 역할만 충실히 해도 미래 성장 동력은 충분히 만들어진다.

‘유니콘 기업 육성’이나 ‘4차 산업혁명’ 같은 판타지 구호에 기대지 않더라도, 실체적 변화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내는 길은 열려 있다.

‘작고 유능한 정부’가 그 시작점임을 명심해야 한다.

KET 한국기업가정신기술원 원장
경영학 박사 이 영 달 (Dr. Young D. Lee)

📩 문의: Dr.Lee@ket-nyet.org
📞 전화: 02-568-2033

NYET's avatar

By NYET

New York Institute of Entrepreneurship and Techn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