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사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또 미래의 환경변화에 따라 대학이 어떻게 지역과 국제적으로 자리메김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코넬대학교를 소개하고자 한다.
1865년 설립이 되어, 올해로 1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코넬대학교. 이 대학의 사명선언문과 특별히 [Cornell University is The Entrepreneurial University]라는 대학의 핵심전략 방향을 관심있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코넬대의 변화와 혁신의 노력은 미국의 아이비리그 스쿨 중 단연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이의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 바로 지난 2015년 7월 1일 부 코넬대의 13대 총장에 취임한 엘리자베스 가렛 총장의 선임이다.
코넬대가 ‘여성-비 아이비리그 출신 – 50대 초반 연령’이라는 기존 코넬대의 리더십 DNA와 전혀 다른 인사를 총장으로 선임한 이유는, 바로 대학을 근본적으로 변혁하여 21세기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대학이 지녀야 할 고유의 사명을 가장 충실하게 하기 위한 ‘위대한 도전’이었다.
안타깝게도 많은 기대를 받고 출범한 새로운 가렛 총장의 리더십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16년 3월 6일 그는 대장암으로 세상과 작별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코넬대학이 명문대학으로의 품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채 1년도 안되는 그의 재임기간이었지만, 가렛 총장의 장례식과 사망 이후에도 그가 실현하고자 했던 코넬대학교의 미래와 리더십 그리고 인품을 높이 사고 기리며, 그의 뜻을 실현할 수 있는 다음 총장을 선임하기 위한 진정 어린 노력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1~20년 뒤 코넬대학은 현재 하버드대학의 위상을 뛰어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개인적으로 지녀 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코넬대학은 대학의 핵심전략으로 [The Entrepreneurial University]를 표방하고 있다. 21세기의 시대정신과 담론은 바로 ‘앙트러프러너십’이고, 코넬대학은 이를 선도적으로 가시화 시켜 나가고 있다.
모든 단과대학과, 모든 구성원, 모든 졸업생 및 동문 등 대학의 구성과 이해관계에 속하는 모든 이들이 ‘기업가적 지향성’을 지닐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코넬대학교의 전략 방향인 것이다.
이러한 전략 방향에 가장 핵심적인 추진 프로젝트가 바로 Cornell NYC Campus 프로젝트이다.
코넬대는 뉴욕시에서 북서쪽으로 자동차로 3~4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Ithaca 라는 지역에 메인 캠퍼스를 두고 있다. 기초학문이나 자연과학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교육하기에는 매우 좋은 환경이지만, 실용적이고 산업현장에서 빠르게 필요로 하고 요구되는 지식과 인재의 개발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제약요인을 지니고 있었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재직 시절 뉴욕시를 기술기반 도시로 변혁 하겠다는 정책방향을 기회로 삼아 코넬대학은 뉴욕시에 공대를 중심으로 한 캠퍼스 구축 프로젝트를 착수하였다.
이는 서부의 스탠포드대학(뉴욕시립대와 컨소시움)과 경쟁입찰 방식으로 경쟁을 하여 ‘코넬대-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구글’ 컨소시움으로 ‘스탠포드 대학-뉴욕시립대 컨소시움’을 넘어설 수 있었다.
현재 한참 공사가 진행중인 루즈벨트섬에 위치한 코넬대학 뉴욕시 캠퍼스는 코넬대의 미래를 완연히 바꿀 수 있는 ‘제2의 창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넬대 뉴욕캠퍼스의 전략 방향은 실용화 되지 못한 “고위험” 연구와 교육을 통해 21세기 세상의 변화의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공대를 중심으로 비즈니스스쿨이 함께 자리하며, ‘연구-교육-과학기술 사업화-스타트업’이 동시에 모두 일어나는 초대형 컴플렉스가 될 전망이다.
이것을 통해 세상을 한걸음 앞으로 더 진보케 하겠다는 담대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세계정상급 호텔경영대, 경제관리대학, 경영대학 이 세 단과대학이 하나의 초대형 단과대학으로 합치기로 결정을 하였다.
한국의 대학들이 ‘각자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분화’되는데 반해, 이들은 연합을 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대학들이 ‘학과통폐합’을 하는 것은 ‘제로 섬’ 또는 ‘마이너스 섬’의 결과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코넬대학의 이 3개 핵심 단과대학의 통합은 ‘플러스 섬’이 되는 구조이다.
기존의 엔지니어링 스쿨과 확대개편된 비즈니스스쿨의 협력 기반이 뉴욕시 캠퍼스에서 보다 규모있게 구현 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코넬대학교는 이제 ‘거대 과학기술의 연구 –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업가적 리더 양성 – 스타트업 – 스케일업 – 공유가치창출(CSV)’로 이어지는 일련의 주기적 활동을 미국 내에서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펼칠 수 있는 그 기반을 구축하였다.
[ 리더십팀의 인품과 헌신 – 지속가능성 기반의 지배구조 – 시대변화를 담아내는 전략적 방향성 – 전 세계적 인프라 구축 – 각 기능별 전문적 운영관리 – 사회와 호흡하며 공유가치의 창출 ] 이런 일련의 내용들이 차근 차근 진행되는 코넬대학교가 1~20년 후 미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그 지위가 부상하는데, 이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않을 그 어떤 이유도 발견할 수 없다.
한국 대학의 위기는, 국립대학이건 사립대학이건…’우리 대학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가장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인 ‘사명’이 무엇인지 대학의 리더십들이 스스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이것이 왜 중요한지 그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대학을 ‘예산’으로 로봇 조종하듯 하고 있는 교육부 조차도 ‘사명(mission)’ 자체가 없다. ‘창조경제를 선도할 창의인재 양성’이라는 교육목표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대부분의 대학에서 리더십팀의 역할은 1) 어떻게 정부 관계를 잘 해서 대학정원이나 기타 교육정책 방향을 자교에 유리하게 할 것인가, 2) 어떻게 정부 및 지자체 지원 예산사업을 수주 할 것인가, 3) 어떻게 비교경쟁대학과 비교해서 각종 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을 것인가 등의 ‘먹고 사는 문제’에 함몰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1) 우리 대학은 어떤 인재를 양성하여 그들의 미래와 우리 국가 및 인류사회의 미래를 바꿀 것인가?, 2) 우리 대학의 연구활동이 우리의 세상을 어떻게 한걸음 건강한 방향으로 진일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등 대학만이 지닐 수 있는 ‘담대한 사고와 행동의 특권’을 지키려 하기 보다 스스로 포기하는 흐름이 지배적이다.
결국 대학들이 ‘사설 학원화’ 되어 버렸고, 어떤 대학들은 ‘사설 학원’ 보다도 더 그 존재의 의미나 이유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학 같지 않은 대학’이 되어 버렸다.
한 사회의 미래를 미리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 지역이나 국가의 주요한 대학을 방문해 보면 대략적인 흐름이 가늠이 될 수 있다. 대학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대학에서 길러내는 인재들이 어떤 세계관과 정체성을 지니는지…등등…
고시와 공무원 시험, 편입과 취업을 위한 스펙전쟁… 21세기 대한민국의 대학들에서 보여지는 학생들의 표면적 모습이다. ‘공무원 사관학교’, ‘취업 사관학교’, ‘어학 사관학교’, ‘창업 사관학교’… 한국 대학에 이 많은 ‘사관학교 모델’은 모두 ‘학원’으로 그 역할과 기능을 넘겨야 한다.
한국의 대학들은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우리 대학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라는 본질적 질문과 함께, 연구소가 아닌 ‘학교’인 관계로, ‘우리는 어떤 인재를 양성할 것인가?’라는 교육의 사명에 대해서도 다시금 질문하고 답하고 또 행동하는 흐름이 만들어 져야 한다.
한국에도 ‘대학 같은 대학’이 많이 생겨나고 또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 한다.
잘 읽었습니다
본 글이 의도하는 바를 잘 이해했고 공감했고 도전받았습니다.
동시에,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유익한 적용을 할수 있어서 또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리고
학교뿐 아니라 삶의 각 분야에서 실제로
인간의 본질이 개선되고 회복되는 일이 많이 일어났슴 좋겠습니다.
저도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맘이 불끈 드는 하루입니다
잘쓰셨네요. 동감입니다. 물론 다 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목만 봐도 깨어있는 분이라는 게 느껴지네요. 좋은 정보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