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숙소에서 필요한 물품이 있어 요청을 하니, 룸 메이드께서 매우 밝게 인사하며 제반 물품들을 전해 준다. 영어가 서툰 이분은 표정과 행동 그리고 태도 등에서 한눈에 봐도 성실하고 또 매우 신실한 분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대략 5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이분은 이름과 억양 등으로 볼 때 베트남에서 오신 분 같이 느껴진다.
위와 같은 정황으로 대략 이분의 삶을 유추해 본다면, 베트남에서 태어나 성장을 하였고, 성인이 된 이후에 일자리 또는 경제활동 차원에서 미국으로 건너 왔으리라 예상된다.
반 평생을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온 것은 분명하지만, 같은 수준의 노력과 성실성을 보다 여건이 좋은 가정과 나라에서 태어나 시작했다면 어쩌면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돌아 보니, 나 역시 20대 중반 학창시절 짧은 영어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호주의 쇼핑센터에서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파트타임으로 청소하는 일을 했던 기억이 있다.
무엇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가? 특히 태어난 가정의 배경 그리고 나라의 기초환경과 관계 없이 한 사람의 인생과 삶이 바뀔 수 있는가?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은 결국 ‘경제적 이동성(economic mobility)’과 분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사회적 이동성은 “계층 이동”과 같은 개념이다. 사회적 약자 또는 마이너 위치에 있다가 사회적 주류 사회로 편입되는 개념이다.
과거 왕정시대나 봉건사회에서와 같이 공식화되고 표면화 된 ‘사회 계급’이라는 것은 사라졌지만, 어느 사회나 암묵적 사회 계층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이는 사회 구성의 다원성과도 관련된 내용이다.
선진국 그리고 건강한 사회라는 것은, 공동체 내 계층간 격차가 크지 않고, 또한 이동의 역동성(dynamism)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즉, 경제적/사회적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 한다.
21세기 민주사회 그리고 민주국가의 리더십이 행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가 바로 사회나 국가내에서 ‘경제적/사회적 이동성’을 만들어 내고, 이의 역동성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챙겨나가는 일 이다.
경제적/사회적 이동성을 만들어 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 이다.
교육은 ‘기회’와 연결이 된다. 기본적으로 20세기 한 세기의 삶을 통해 가정의 배경, 태어난 나라 등과 같은 배태환경의 여건과 관계 없이 한 사람의 삶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유효한 그리고 검증된 수단이 바로 [교육]이다.
선진국가, 좋은 사회라고 하는 곳은 [수월한 교육]을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공동체 이다. 이를 통해 부모의 경제력, 태어나고 거주하는 지역 등과 관계 없이 [수월한 교육]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기본적인 기회가 만들어 지는 사회이다.
아시아 지역의 한 도시 인구 보다 작은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이러한 복지 또는 사회 인프라를 갖추는데 상대적으로 작은 인구로 인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쉬운 여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수천만명 이상 되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국가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 문제로 인해 이러한 여건을 갖추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월한 교육]이 공교육 시스템에 안착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국가나 공동체 지도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 중의 하나이다.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중심이되어 펼치고 있는 [100K Opportunities Initiative] 캠페인이 있다. 사회적 약자 계층의 청년들(16~24세)을 대상으로,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기업들이 돕는 활동이다.
기업들은 경제적 빈곤의 문제로 일반적이고 평균적 수준의 진학을 하지 못한 청소년 및 청년들 10만명을 정규직 직원으로 고용을 하고, 이들이 재직 중 지역의 커뮤니티 칼리지나 애리조나주립대학의 온/오프라인 교육기반을 활용하여 학사학위 과정까지 졸업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단순히 대학과정을 졸업할 수 있도록 고용주 입장에서 편의만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서로 교류하고 또 연합할 수 있도록 해 주며, 대학 졸업장을 넘어 한 사회에서 자신의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체계적 뒷받침을 하는 내용 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심지어 기존 소속 기업을 떠나 스타트업을 하는 경우도 체계적으로 뒷받침 해 주고 있다.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근로자를 고용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또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위에 열거된 기업들의 경우 기본적인 근로자 고용의 목적성에 추가하여 누군가의 삶을 바꾸어 주는 의미 있고 가치있는 역할도 더 감당하고 있다.
옛말에 빈곤의 문제는 ‘나랏님’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이 ‘나랏님’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기업가들이 해결 해보겠다고 나섰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고, 더욱이 그렇게 할 아무런 의무도 없다. 이 켐페인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이를 통해 어떤 인센티브도 정부로 부터 받지 않는다.
10만명의 삶이 태어난 배경에 따라 결정되는 ‘결정론적 삶’이 아닌, 스스로 자신의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자기주도적 삶’이 될 수 있도록 기업가들이 돕고 또 뒷받침 하고 있다.
[‘나랏님(대통령)’ 보다 더 위대한 기업가]라는 표현.
이들 기업가의 활동이 지니는 가치는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 대통령이라는 위치에서 행하는 제반 역할 보다 더 위대하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