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이라는 프로그램은 즐거움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음악 예능프로그램이다. 누구인지 그 정체를 모른 상태에서 복면을 쓴 채 노래를 하는 가수를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마침내 복면을 벗었을때 가리워졌던 그 얼굴을 확인하며 즐거워 하고, 그의 스토리를 들으며 감동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출연하는 가수들은 각각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수식적 표현으로 이름을 짓는다.
그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중 가장 오랜 시간 ‘가왕’의 자리를 지킨이는 바로 그룹 국가스텐의 보컬 하현우씨 이다. 그는 복면을 쓰고 부른 노래에서 깊은 감동을 주었고, 복면을 벗고 ‘하현우’라는 얼굴을 보여주었을 때도 많은 감동을 주었다. 그와 그의 팀이 그간 꿋꿋이 ‘그들의 음악’을 해 온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동네 음악대장’이란 수식어가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진정 ‘가왕중의 가왕’이다.

리더십 위치에 있는 리더들은 누구나 ‘타이틀’ 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어떤 이는 ‘대통령’, ‘총리’, ‘장관’…또 어떤 이는 ‘회장’, ‘사장’…또 어떤 이는 ‘이사장’, ‘총장’… 우리의 사회에 ‘리더’에게 부여되는 ‘타이틀’이라는 ‘가면’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리더들에게는 세가지 모습이 있다. ‘타이틀’이라는 가면을 쓴 모습과 가면 뒤의 모습. 그리고 두 모습의 총합. 무엇이 보다 진실된 모습일까? 당연히 가면 뒤에 있는 모습이 그 리더의 실제적이고 진실된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이 두모습 총합은 ‘리더의 품격’을 온전히 대변한다.
리더들이 ‘타이틀’이라는 가면을 쓴채 보여 준 모습에서 리더의 품격은 일차적으로 표면화 된다. 그리고 가면을 벗고난 후 보여진 가면 뒤의 모습을 통해서 리더의 품격은 재 확인된다. 이 두모습의 총합 즉, ‘타이틀’이라는 가면을 쓴 모습에서도 리더의 품격이 느껴지고, 가면을 벗은 모습에서도 변치 않는 같은 수준의 품격이 확인될 때 우리는 두배의 감동을 받는다. 그 리더에게 많은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감동과 찬사를 축약하여 ‘수식어’로 표현 한다.
‘한글의 아버지, 세종대왕’, ‘국민 가수, 조용필’,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 ‘발명왕, 에디슨’, ‘창조적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철의 여왕, 마가릿 대처’… 이러한 수식어는 한 리더의 리더십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표현법이다.
리더들은 어느 시점에는 누구나 다 그 ‘가면’을 벗고, ‘자연인’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여기에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리더가 ‘마지막 가면’을 벗고 자연인의 모습으로 돌아갈 때, 그의 리더십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부여 된다. 이 수식어는 그가 리더로써 행한 모든 일생을 한마디로 축약해 특징짓는 것이다.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가면을 벗고난 후, 자연인 ‘이건희’라는 이름에는 앞에는 어떤 수식어가 부여될지 궁금하다. 그에겐 어떤 수식어가 어울릴까? ‘갤럭시의 제왕, 이건희’, ‘한국 경제의 위대한 지도자, 이건희’… 모두 어색하다. 자연인 ‘이건희’라는 이름을 떠 올릴 때, 가장 강렬하게 떠 오르는 인상은 바로 최근의 ‘동영상 속 이건희’이다.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미래자동차 회장 오현수’와 묘하게 오버랩 된다. 이미 대중들은 이를 다양한 형태로 패러디 하여 그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수식어’를 부여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가면을 쓴 이건희’는 매우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그의 재임 중 삼성그룹은 비약적 성장을 하였다. 세계시장에서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넘어서는 지위에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올려 놓았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삼성 덕분에 산다’라는 표현까지 수긍이 갈 정도로 위대한 업적들을 남겼다.
그런데, 그가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가면뒤에 가리워진, ‘자연인 이건희’라는 민낯의 모습은 ‘동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가면을 벗은 모습의 ‘잔영’은 영화속 장면이 ‘가상의 상황’을 그린 것이 아니라, ‘실제적 이야기’를 다룬 ‘리얼리티의 한 장면’으로 인식되게 할 정도이다.
미국 워싱턴 D.C.에는 국립초상화미술관(the National Portrait Gallery)이 있다. 이와 같은 성격의 미술관은 영국 런던에도 있다. 이곳에 공통적으로 전시되어 있는 한 인물의 초상화가 있다. 그는 바로 ‘빌 게이츠(Bill Gates)’이다.
최근 빌 게이츠의 자산이 원화로 100조원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소개 된 바 있다. 그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부자이다. 그리고 그는 현존하는 세계 두번째의 기부자이기도 하다. 최고의 기부자는 2000년 그가 설립한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에 280억불(현재 환율 기준 원화 약 30조원)을 기부한 워런 버핏이다. 이 재단은 2014년 기준 약 450억불(현재 환율 기준 원화 약 50조원)이니 빌 게이츠 역시 약 20조원을 출연한 내용이다. 이상하다. 그는 천문학적 자산을 기부하는데도…그의 자산은 줄지않고 계속 늘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창업한 ‘마이크로 소프트’의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또 기부한 자산 이외의 보유자산을 지속적으로 ‘운용’하여 투자 수익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투자처도 무조건 ‘돈 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임팩트(영향)’을 고려하여 투자대상을 선별한다.
그는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을 통해 인류의 문제 중 국가나 정부가 할 수 없는 ‘사각 지대’를 찾아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요즘 몰입하고 있다.

동영상속에 나타난 이건희 회장의 모습과 참으로 대조적으로 비추어지는 모습이다. 위에 보이는 모습과 같이 ‘인류 문제의 현장’에 있는 이건희 회장의 사진 자료를 찾으려 노력 해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빌 게이츠는 1955년생으로 이제 환갑을 지난 연령이다. 1975년 그의 나이 20세에 마이크로 소프트를 설립하였고, 25년간 CEO로 활동하며, 현대 IT의 역사를 만들어간 장본이이다. 2000년 45세가 되던 시점. 창업초기 멤버 중 한 사람인 스티브 발머에게 CEO 직을 승계하고 본인은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를 설립한 후 본격적으로 기부자이자 사회혁신가로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설정한다.
그로 부터 CEO직을 승계한 스티브 발머. 그 역시 마이크로 소프트와 본인 모두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았고, 14년간 재임 후 그 직을 현재의 사트야 나델라에게 승계하였다. 그리고 최근의 마이크로 소프트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성장의 흐름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의 부자이지만, 다른 부자들과 달리 비난 받지 않는 부자이다. 세계 최고의 위대한 기업가 중 한 사람이지만, 대중들에게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가면을 쓴 모습과 가면을 벗은 모습 모두에서 ‘리더의 품격’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일생의 모습은 많은 감동을 준다.
그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수식어는 ‘현대 IT 산업의 개척자, 빌 게이츠’와 같은 수식법 보다는 ‘빌 게이츠 처럼…’이라는 수식법이 더욱 어울릴것 같다. 그는 기업가로 한참 정점일 때 그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밑 그림’을 그렸고, 이를 실행함으로써, 그의 초상화 뒷편 배경 처럼 ‘인류의 문제에 뛰어든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부여 하였다.
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 기업체 회장, 기업가, 교육기관 대표, 언론사 최고 책임자 등…’타이틀’이라는 가면을 쓴 모습에서 리더의 품격을 찾을 수 없고, ‘타이틀’이라는 가면을 벗은 모습에서는 ‘리더의 품격’은 고사하고, 실망감을 넘어 분노감을 갖게 하는 민낯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제1의 의무는 ‘헌법 수호의 의무’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대통령은 과연 대통령 제1의 의무인 ‘헌법 수호의 의무’를 다 하고 있는지 자문자답 해 보아야 한다. 헌법정신과 정면으로 반하는 ‘왕정시대’와 ‘봉건주의시대’의 ‘제왕’이나 ‘절대 통치자’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양심 거울’, ‘진실 거울’로 살펴 보아야 한다. 이렇게 했는데도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른다고 한다면, 이는 ‘대통령’이라는 가면 뒤에 가리워진 모습이 국가 최고 리더로서의 기본적인 품격 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가면’으로 가리워진 모습만 보고 국민의 최고 대리인으로 그를 세운 것이다.
투기, 위장전입, 표절, 탈세 등 위법과 편법을 일삼은 장차관들이 수두룩하다. 평균적 국민들 보다 더 자격 없는 ‘리더 같지 않는 사람들’이 정부 리더십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마치 ‘집단 광기’에 사로 잡힌 모습들이다. 재벌그룹의 소유일가들은 검찰 출석하느라 바쁘고, 검사, 판사, 언론인들은 재벌과 재벌 흉내내는 기업인들로 부터 ‘스폰’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교육계와 종교계 역시 평균적 국민들 보다 더 심각한 병폐로 물들어 있다.
대한민국의 리더십이 총제적으로 붕괴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국가 리더십의 민낯을 도저히 눈뜨고 봐 줄 수 없는 상태이다.
우리 사회에도 이제는 묘비명을 스스로 써보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OO가문의 몇대손’, ‘대한민국 O대 대통령’ 이런 묘비명이 아니라, 자신 일생을 관통할 수 있는 수식어나 문장이 묘비문구로 사용되어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타이틀’이라는 가면을 벗었을때의 자신 모습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는 흐름이 만들어 질 수 있다.
HERE WAS BURIED THOMAS JEFFERSON
AUTHOR OF THE DECLARATION OF AMERICAN INDEPENDENCE
OF THE STATUTE OF VIRGINIA FOR RELIGIOUS FREEDOM
AND FATHER OF THE UNIVERSITY OF VIRGINIA
미국 독립 선언서의 기초자이자 버지니아 종교 자유법의 제안자, 그리고 버지니아 대학교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 여기 잠들다.
The Barrett Values Centre (BVC)에서는 기업가적 리더십의 유형을 리더십의 7단계(The Seven Levels of Leadership)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리더십의 7가지 스타일로 이해를 해도 무방하다.

위와 같은 묘비명을 쓴 토마스 제퍼슨과 빌 게이츠는 전형적인 ‘Wisdom / Visionary 형’ 리더이다. 이런 유형의 리더십 스타일은 ‘인류에 대한 헌신’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리더들이다.
이 모델에 기초하여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레벨을 평가해볼때 비교적 높이 평가 한다면 ‘레벨 3’, 그리고 엄정하게 평가한다면 ‘레벨 1’에 해당한다고 개인적/주관적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결국, 리더가 어떤 ‘가치 지향점’을 지니느냐의 차이 이다. 이와 관련하여 짐 콜린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위대함은 상황의 함수가 아니다. 위대함은 의식적인 선택의 문제를 통해 대부분 발현된다!”

이 시대의 리더십들은 스스로 ‘나의 인생은…’, ‘나의 리더십은…’…어떤 수식어로 표현 될 것인가? 스스로 물어 보고, 또 스스로 이를 종이에 써 봐야 한다. 자신의 초상화(self-portrait)를 그려 보아야 한다.
이 시대의 리더십들은 ‘타이틀’이라는 가면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만든 ‘나의 초상화’라는 가면을 써야 한다. 그리고 ‘양심 거울’과 ‘진실 거울’을 수시로 봐 가면서 내가 나의 ‘가면’과 같이 리더십을 발현하고 있고, 또 나의 일상을 그렇게 살고 또 행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