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작게’ 하는 교육 vs. 사람을 ‘크게’ 하는 교육

올해 초 중학교에 진학 한 딸아이의 학교를 방문한적이 있다.

실로 오랫만의 중학교 방문 경험이었다. 서울에서는 ‘특목고’를 제법 많이 보낸다는, 그리고 시험성적순으로 서울시내에서 20위 안에 든다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하는 공립 중학교 이다.

그런데, 30여년 전 다니던 중학교 시절의 모습과 그리 다를 바 없는 모습과 환경에 깜짝 놀란 경험을 했다. 교실의 칠판은 여전히 낡아 있었고, 그 칠판 위로 보이는 ‘교훈 – 진실하고, 근면하며, 협동하자’.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일관성’이 있었고, 비판적으로 보자면 ‘학교와 교육의 성장’이 지난 30여년 간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있었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이런 교육에서 ‘큰 사람’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절망감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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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 때 “Change the World from Here”라는 문구가 표현되어 있는 ‘깃발 광고’가 주요 도로에 촘촘히 실려 있는 모습을 보고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바로 샌프란시스코대학교(University of San Francisco)의 슬로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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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학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기 전, 그리고 교육의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전에는 사실 샌프란시스코대학이 어떤 학교인지 잘 몰랐었다. 그저 서부에는 스탠포드대학교와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시스템 정도가 주요한 대학인줄로만 알았었다.

샌프란시스코 도로에서 접한 ‘깃발 광고’를 통해 접한 샌스란시스코대학은 알아 보면 알아 볼 수록 평범한 대학이 아니라 ‘위대함을 추구하는 대학’이었다. 그 교육 철학이 분명했고, ‘입으로 하는 교육 철학’이 아니라, 실제 ‘교육철학을 행동으로 옮기는 학교’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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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대학의 교육 철학은 ‘큰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었다. 이 대학에서 강조하는 ‘큰 사람’은 자신의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선한 방향으로 세상이 나아갈 수 있도록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대학은 이들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학의 철학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것인가(nature)? vs. 만들어 지는 것인가(nurture)?’ 라는 담론은 꽤나 오래 전 부터 시작된 논쟁의 이슈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둘은 어느 일방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상호병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좋은 자질을 지닌 사람이 좋은 교육을 통해 그 잠재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것. 제한적인 재능이나 자질을 갖고 태어나더라도 수월한 교육을 통해 일정한 수준의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는 것. 이 모두가 같이 존립한다는 내용이다.

한국 사회의 근현대사의 역사적 흐름을 보면, 우리는 ‘큰 사람’이 되는 교육을 받아 본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과거 신라시대의 ‘화랑 교육’이나, 조선시대의 ‘성균관 교육’과 같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전인적 교육’을 우리의 근현대사에서는 경험 해보지 못했다. 어쩌면 전쟁 후 ‘사관학교’ 정도가 이에 조금 가까운 교육의 모습을 지닌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교육공동화

우리는 학교교육 과정에서 ‘위대한 삶’이란 무엇인지, 어떤 삶이 ‘위대한 삶’인지, 그리고 어떻게 ‘위대한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인지 등을 제대로 배워보지도 못했고, 또 경험 하지도 못했다.

아무리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등 노력을 했다고 하더라도, 고등학교 과정 까지는 어떻게 하면 ‘시험을 잘 치를 수 있을 것인가’와 관련된 ‘스킬 셋’을 열심히 가르치고 또 배웠다. 대학과정에 와서는 이의 연장선으로 어떻게 하면 ‘시험(고시)’을 잘 치를 것인가, 어떻게 하면 유명 대기업에 취업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각종 자격 시험에 합격할 것인가…등을 위해 대학 4년 또는 6년을 보냈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는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 온 대한민국 사회지만, 국가적 리더십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의 영역에서 ‘영혼 없는 리더’들이 주류가 되어버린 흐름이 만들어졌다. 소위 ‘스펙 중심의 사회’와 ‘배경 중심의 사회’가 된 것이다.

국가적 리더십과 각 부문의 리더십 위치에 있는 분들에게 ‘영혼을 가진 리더가 되자’라고 이야기 하면, “그게 뭔데?”라는 냉소적 표현이 돌아 온다. 심지어 교육 영역에 있는 교수/교사/학자들 마저도 우리의 미래세대들에게 ‘위대한 삶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위대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론’을 교육하자고 이야기를 꺼내면, “뭐 이상한 사람아냐?”, “잘난 척 하고 있네!”라는 냉소와 비난적 반응을 보인다.

‘사람을 크게 만드는 교육’을 받아 본 경험도 또 체험해 본 경험도 없으니, 냉소적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역사적 흐름을 돌아 보면, 고비 고비마다 ‘누군가’로 불리우던 변방의 사람들, 문제를 인식하는 현자들에 의해 새로운 변곡점이 만들어져 왔다.

사람을 작게 만드는 현 교육의 현실이 이렇듯 암담 하다고, 그냥 체념해 버리거나 주저 앉아서는 안된다. 흐름의 물고를 돌릴 수 있는 작은 주춧돌 하나를 놓아야 한다. 사람을 ‘크게’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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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 넬슨 만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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