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혁명, 과연 가능할까?

최근 EBS 그리고 공중파 방송 채널에서 한국교육의 심각한 문제점을 인식하도록 하는 좋은 양질의 프로그램들이 방송되고 있다.

4월 2일 방송 된, “SBS 스페셜 <466 회 대2병, 학교를 묻다>”라는 프로그램도 매우 좋은 작품이다.

현재 중2생활을 하고 있는 딸 아이가 엄마와 함께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나서 이내 하는 말, “한국의 교육혁명, 과연 가능할까?”라고 한마디 툭 던지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서는 새벽 2시가 넘도록 대치동 학원에서 행하는 숙제와 시험 준비를 한다.


언론에서, 또 연구단체에서 수 없이 한국 교육의 문제점들을 이야기 하고, 대안적 방향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한국교육은 왜 여전히 수십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결론적으로는, 사회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서 교육혁명을 기대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중고등학교 교육은 오로지 대학입시를 위해서 존재하고 있으며, 대학교육은 오로지 취업과 고시를 위해 존재하는 구조이다. 기업의 일자리가 양극화 되어, ‘좋은 일자리(대기업과 공기업)’는 항상 공급과잉이다 보니, 해당 기업들의 경우 ‘줄세우기’로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효율성과 효과성’ 모두에서 비교우위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최근 20대의 꿈인 ‘공무원’, 특히 ‘행정고시’직의 경우도 ‘줄 세우기’로 선발하는 시스템이다.

결국, ‘줄 세우기 기반의 사회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이 흐름이 공고하게 유지되는 한, 기술적 몇가지의 변화는 가능하겠지만, 한국 교육의 혁명적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북유럽의 교육 시스템, 그리고 서구의 교육 시스템…부럽고 좋기도 하다…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절망적’ 이라는 표현이 객관적이고 현실적 상황진단인 것 같다.

돌파구를 어디에서 부터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어디에서 부터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세계의 교육 혁명: 기업가적 인재를 양성하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틈새’가 보인다. 그리고 가능할 것으로 확인이 된다.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기업가적 인재(entrepreneurial talents)’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또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기업가적 인재’란, ‘제한적 배경이나 상황적 제약을 뛰어 넘어 스스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이야기 한다. 한마디로 축약하면, ‘자기고용가능성(self-employability)’을 지닌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특성은, 상황이나 환경에 제약되지 않고, ‘자기주도적 삶(self-driven life)’을 살아가는 특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찾는 과정이 필요하고, 제반 교육은 이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삶의 방향은, 아래 그림에서 표현되는 ‘골든 존’의 영역이다. 즉, 1) 내가 사랑하는 것을 찾고, 2)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계발하며, 3)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고, 4) 이를 경제활동과 연결 시킬 수 있는 교차점, 즉 ‘골든 존’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골든존

필자가 그간 학부과정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만나면서 수행한 실험이 있다. 바로 ‘나의 비전 스테이트먼트(My Vision Statement)’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주로 학부 3-4학년들이 수강하는 전공과목인데,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 3-4학년이 되도록, 자신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또 이를 성문화 해본 적이 없다. 삶의 목적이나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탐색의 과정 없이 주변에서 또 남들이 모두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니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니까, 고시에 도전하니까…그렇게 세상이 만들어 준 질서에 순응하고 편입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템플릿’을 주고 자신의 ‘비전 스테이트먼트’를 만들어 보라고 하면, 학기 초 대부분의 학생들은 ‘패닉 상태’가 된다. 이런 과정을 한번도 거쳐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이러한 흐름과는 다르게, 외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그리고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국제학생들의 경우는 자신의 삶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거침이 없다. 수업시간에도, 또 기업의 현장에가서 기업관계자들과도 거침없이 질문을하고,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표현하며, ‘다르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제약받지 않는다.

필자가 그간 한국학생들과 국제학생들을 함께 지도해 보면서, 유럽과 미국의 학생들은 아시아권의 학생들 보다 상대적으로 ‘자기주도적 삶’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과 사회시스템의 차이에서 비롯 되었음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것이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다양한 교육혁신활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기업가적 자신감(the entrepreneurial confidence)™]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가적 혁신 방법론’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이를 실제의 세상(the real world)과 연계하여 보다 실질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초중고에서 펼쳐지고 있는 ‘스타트업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혁신활동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학생들이 실제의 세상에서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경험을 체득해 나가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 개개인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니 세상이나 환경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흐름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교육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학생들을 수시로 기업과 세상의 현장으로 데리고 가서 기업가나 사회의 리더들과 만나고 교류하도록 매개 역할을 감당한다. 학생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 위해 ‘교수님’이라는 표현도 못하도록 하고, 오로지 영어이름인 ‘Young’이라고 부르도록 한다. 학생들과 ‘카톡방’을 만들어 필요한 사항을 적극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이 미래의 세상을 우리의 학생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변혁되기 위해서는 학교가 ‘Educators First, then the Students Great!’의 방향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실천하는 환경조성을 행해야 한다. 우리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잘 지도하는 교육자에 대한 평가는 박하기 그지 없다. 교육자들이 오로지 교육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한 여전히 우리의 학교들은, ‘공급자적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 교육자들은 기계적이고 사무적으로 학생들을 관찰한다. 교육자 한 사람의 헌신과 몰입이 여러 미래세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현장은 교육자들로 하여금 그 역할을 ‘학원 선생님’들에게 맡기고 있는 현실이다. 대학 교육도 이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실의 답답함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 절망적 현실의 문제로 인해, 대안적 시도와 모델들이 강력하게 움트기 시작하고 있다. ‘가시적 결과물’이 세상에 보여지는 순간, 기존의 전통적 모델들은 급격히 와해될 것이다.

새로운 와해적 모델이 지금 미국 그리고 유럽에서는 매우 빠르고 또 강력하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Y-Combinator(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가 아이비리그 대학의 MBA 지원자 수요를 급속도로 빨아 들이고 있다. 하버드 또는 와튼 MBA 과정 보다 Y-Combinator에 더 우수한 자원들이 모이고 있다.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도 충분히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교육모델들이 등장하면서, 미국의 사립대학들 중 파산하는 대학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기존의 대학들은 UDACITY와 같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전문지식을 교육하는 기능들을 급속도로 빼앗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목적을 찾고, 또 삶을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 기초를 충실히 교육하는 철학과 목적이 뚜렷한 리버럴아츠칼리지는 여전히 탄탄한 수요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둘을 조합하는 모델이 최근 강력히 부상하고 있다.

한국 교육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새로운 대안적 모델의 부상…이것이 가시화 되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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