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생태계를 연구하는 관계로 공공과 민간의 다양한 생태계 조사평가 결과를 접하게 된다. 어떤 평가이건 평가 주체와 목적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따라서, 어떤 조사 결과를 ‘절대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부분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간 기업가정신 및 스타트업 관련 평가는 주로 공공의 목적 차원에서 진행 되었다. 자연스레 국가단위의 조사평가를 기본으로 채택을 하였다. 1999년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과 미국의 뱁슨칼리지의 협력에서 시작 된 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가 그 첫 흐름이었고, 최근 미국의 카우프만파운데이션에서 독자적인 모델을 론칭하기에 이르렀다.
*이상 자료출처: 이영달(2015), 기업가정신생태계 국제평가모델 분석, 한국벤처창업학회 춘계학술대회 논문집
최근 미국 카우프만파운데이션의 경우, 기존 GEM이나, GEM으로 부터 파생 된 Global Entrepreneurship Development Index 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의 평가 방식이나 항목들과는 다른 척도인, ‘밀도-유동성-연계성-다양성’을 지표로 삼는데, 정책적 측면에서는 기존의 다른 평가 보다 참고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더 많고, 또 실제적 정책활용에도 도움이된다.
정책 관계자들께는 GEM, GEDI 모델 보다는 카우프만파운데이션의 조사평가 방식과 내용을 보다 더 관심있게 살펴 보는 것이 보다 더 합목적적임을 강조하고 싶다.
[스타트업 게놈]에서 행하는 Global Startup Ecosystem Ranking은 올해로 3번째 조사평가 결과를 내는데, 앞서의 국가단위가 아닌 지역, 보다 엄밀히는 도시단위 관점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사평가 하여 그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특별히 이는 순수 민간차원의 접근이라는 것이 앞서의 제반 조사평가들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위의 국가단위의 제반 조사 내용들과 병행하여 참고하면 보다 더 생산적으로 본 사항들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위 20위에 이름을 올린 내용을 보면, 미국이 7개 도시 및 지역, 캐나다가 2개로 북미 지역이 절반에 해당한다. 유럽이 5개로 그 뒤를 잇고 있고,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역시 5개이고, 이스라엘 텔아비브가 있다.
전통적으로 유명세를 갖고 있던 지역들이 이름을 올렸는데, 올해 조사에서 인상적인 것은 북경이 기존 Big3(실리콘밸리, 실리콘앨리:뉴욕, 실리콘라운드어바웃:런던)에 추가하여 완연한 Big4 체제를 갖추어 가는 흐름이다. 영미권 국가를 제외하고는 이제 북경은 또 하나의 ‘스타트업 성지’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고 간주할 수 있겠다. 또한 주목되는 지역은 상해의 부상과 호주 시드니의 최고도로 가파른 성장세 이다.
싱가포르와 호주 시드니의 경우, 영미권 국가들의 시각에서는 중화권 시장 및 아시아 지역의 시장을 위한 교두보 형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영어권 국가이다 보니, 작은 내수 시장과 인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펼치는 로컬 스타트업들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흐름이다.
싱가포르와 시드니의 경우, 한국 스타트업들에게는 전략적으로 매력있는 입지이다. 우선 지리적으로 싱가포르는 중화권과 동남아권 그리고 인도권 시장까지를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시드니의 경우, 동남아지역의 후광효과를 기대하기에 좋다. 또한 영미권 국가들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를 펼치기에도 시드니 기반의 거점화 활동 역시 여러 장점들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들 두 도시는 IT 분야 뿐 아니라, 바이오, 메디컬, 헬스케어 분야의 경우 매우 탄탄한 기반 환경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제 매우 관심을 갖고 살펴 보아야 하는 지역이 인도의 방갈로르이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우는 지역인데, 향후 인도는 과거 중국의 폭발적 성장세 못지 않은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국가이다. 특별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인도의 성장을 뒷받침 하는 정치외교적 관계가 있어 더욱 그 성장세가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미 인도는 제약분야 top3 국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본 평가는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1) 지역 생태계의 스타트업 성과, 2) 자금조달 규모, 3) 글로벌 시장접근성, 4) 인재수준과 확보 환경, 5) 스타트업 유경험 집단의 풀, 이상 5가지 중분류 항목으로 구성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조사평가의 패널로도 참여 한바 있다. 세부 항목들을 보면, 위에서 소개 한 국가단위 평가 보다는 보다 실용적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고, 보다 실제 스타트업 직접 참여자 관점에서 문항들이 구성되어 있다.
아래의 그림들은 ‘실리콘밸리-뉴욕-북경’ 순으로 그 상세 내용들을 소개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뉴욕-북경을 동시적으로 비교해보면, 결국 북경이 필적할만한 제반 요소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여전히 쉽게 현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데 제약이 있다는 부분이 한계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만약 북경이 외국인들에게 보다 더 개방적이고 문화적으로 융화될 수 있는 부분이 확보 된다면, 뉴욕과도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기초여건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전 세계적인 흐름을 놓고 보면, 현재 실리콘밸리, 뉴욕, 런던, 시드니, 텔아비브, 싱가포르, 베를린 등의 지역에서는 이제 ‘국적’은 크게 의미 없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Entrepreneurial Nomad’ 현상이 보편화 되어 가는 흐름이다. 유럽의 주요 혁신가들은 런던과 베를린 두 도시로 밀집되는 흐름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성과’를 내는데 더 효율적이고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은, 과거 2번의 조사평가 과정(격년제 조사)과 달리, 금번 조사 평가 이전에 한국의 파트너사로 빅뱅엔젤스, 로아컨설팅, 아카데미엑스 등 국내 스타트업 관련 업체들이 참여하고 또 조사 패널로도 여러 사람들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Top 20, 그리고 앞으로 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예비후보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스타트업들 간 국제적 교류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은 그리고 서울은 다소 외톨이가 되는 흐름이다. 이에 반해 우리보다 더 작은 시장규모를 지니고 있는 싱가포르나 시드니가 비중화권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부각하는 이유는, 이들 도시와 국가들이 지니는 ‘와해적 정책혁신’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전 세계를 상대로 혁신가를 유치하는 노력을 매우 ‘담대한 수준’으로 펼치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바이오 분야 전문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박사급 연구원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매년 600명씩 5년간 ‘이민 프로그램’으로 유치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와해적 기술 혁신’을 전개 하겠다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들의 경우, 이미 오래전 부터 ‘가격 싸움’에서 ‘혁신(또는 가치) 싸움’으로 그 기준점들이 옮겨간지 오래 되었다.
도시도 또 국가도 이제는 ‘혁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는 스타트업들에게 5만유로를 지원하겠다고 하는데도, 루마니아의 혁신가들은 자국을 떠나 영국과 미국으로 그들의 거점을 옮기고 있다. 5만유로가 아니라, 5천 유로도 주지 않는데 말이다.
실리콘밸리나 뉴욕의 경우, 개별 기업에게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주면서 스타트업을 만들어 가는 정책은 펼치지 않는다. R&D 자금의 경우, SBIR, STTR과 같은 스타트업들의 연구개발 활동에 필요한 준비된 예산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실효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i-Corps 프로그램은 이의 정점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고, 미 전역에 산재한 SBDC는 스타트업들이 초기단계에서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료출처: 이영달(2016), 국가수준의 기업가정신 생태계의 이해와 개발, 한국중소기업학회 기업가정신연구회
적어도 글로벌 Top 20 그리고 더 나아가 Top 10에 서울을 또는 판교를 올려 놓고자 한다면, 핵심은 명약관화 하다. 정부나 공공의 역할은 5가지 핵심적 사항에 보다 집중하는 형태로 한정될 필요가 있다.
첫째, 인프라 구축이다. 뉴욕 브루클린 테크 트라이앵글을 깊이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드니의 ATP 그리고 런던의 I-City도 좋은 참고 사례이다.
둘째, 공공조달 시장을 스타트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공조달 시장의 ‘기득권 중심 구조’를 전면 혁파해야 한다.
셋째, ‘혁신의 실험장’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 프리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 개방형 규제 디자인 과정’이 필요하다. 규제는 무조건 없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좋은 규제, 합리적 규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넷째, ‘사내벤처’ 프로그램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활동과 연계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역설적으로 이는 ‘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강력하게 입안 및 시행하는 것으로 그 흐름의 변화를 만들낼 수 있다.
다섯째, 기업가를 위한 ‘종합적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단계 부터, 창업 과정에서는 실패하지 않도록,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은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은 갖추어야 한다. 이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후에 별도로 소개하겠다.
상기한 ‘환경조성자’ 역할과 ‘시장 실패의 안전판’ 역할 이외의 사항들은 오롯이 민간에 그 역할을 이양해야 한다. 개별 기업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이를 기초로 보이게 또 보이지 않게 ‘통제권’을 행사하는 ‘관 주도의 생태계 조성’은 가장 창의적이고 도전적이어야 할 스타트업들을 오히려 ‘관료화’, ‘좀비화’ 시켜 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약화 시키는 흐름으로 나타나게 된다.
역설적으로, 정부가 또 공공이 민간 영역의 역동성을 제약하거나, 침해하는 역설을 낳고 있다.
‘진흥원 공화국’이라 불리워도 될 정도로 많은 진흥원들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진흥’이 이루어진 것은 별로 없는 것이 바로, ‘관 주도형 생태계 조성’이기 때문이다.
벤처스퀘어 명승은 대표의 표현과 같이, 새정부 들어서는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300개’와 같은 정부나 공공이 ‘경기장의 선수나 코치’로 자리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타트업의 성지’가 될 수 있도록 그 기초 환경을 만들어 가는데 집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기장’만 안전하고 평평하게 또 찾기에 용이하게 만들면, 선수나 관중은 자연스럽게 몰려 온다.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