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란 무엇인가? “학교”는 왜 존재하는가? “대학”은 왜 존재하는가? ‘교과서적 답’은 무엇일까요?
실제 우리의 일상에서 ‘체감하는 답’은 무엇일까요?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질 수록, 또 ‘OO혁명’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록, 우리는 보다 존재론적(ontological)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본질’을 찾아 갈 수 있습니다.
황교안 총리(대통령권한대행)께서, “대학교육을 창업중심으로 재편” 하겠다는 내용을 접하고, 위의 질문을 다시금 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체감하는 우리의 교육과 학교는, 중고등학교 까지는 ‘입시를 위한 교육’ 그리고 ‘입시를 위한 학교’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학부과정 기준)의 경우, ‘학문의 탐구 vs. 취업/고시를 위한 경로’ 이 두가지 방향성을 놓고 여전히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또한 대학 스스로는, ‘교육-연구-봉사’라는 고유의 기능에서 어떤 내용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또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혼돈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중심이되어 발표 한 ‘대학 발 창업 활성화 방안’과 “대학교육을 창업중심으로 재편”이라는 머릿말을 보면서, 기대감 보다는 염려와 우려가 먼저 됩니다.
CBinsights 에서 펴낸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기업들의 단계별 추가 투자유치 및 소멸과 관련된 데이터들을 살펴 보게 되면, VC가 투자한 기업(일정한 사업성이 있다고 초도 평가 된 기업)들 역시 두번째 단계의 투자금 유치를 하지 못하고 약 40%의 기업이 소멸 됩니다. 즉, 창업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성공확률 보다는 실패확률이 더 높은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영업 또는 1인 기업의 경우, 창업 후 3년이 경과한 후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2~30% 수준 입니다. 이것도 ‘손익분기점’을 실현하고 있는가의 관점에서 보면, 10%도 채 안되는 자영업 또는 1인 기업만이 겨우 ‘밥벌이’ 수준을 감당할 수 있는 흐름입니다. 이를 ‘기업’의 수준으로 조금 격상해보면, 3년 생존율이 3~50%로 올라가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이 역시 ‘손익분기점’을 실현하고 있는가의 관점으로 보면, 5~10% 정도 수준의 기업만이 손익분기점을 실현하는 흐름 입니다.
종합하면, 자영업이건, 기업형이건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하는 경우 3년 내 손익분기점(당해년도)을 실현하는 경우는 확률적으로 5~10% 수준이며, ‘누적손익분기점’을 3년 내 실현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고, 이를 5년 정도로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5% 미만 수준일 것으로 추정 됩니다.
만약, 대학생, 대학원생, 박사 후 과정, 교수…소위 대학 발 창업자들이, 3~5년의 시간 동안 창업활동을 열심히 한 결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사업체를 정리해야 하는 경우, 이들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연대보증 등으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더라도, 창업활동으로 대학 졸업이 늦은 늦깎이 대학 졸업생, 학술논문 실적이 부족한 대학원생, 논문실적이 저조한 교수… 이들이 기업에의 취업,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의 취업, 교수직으로의 복귀…원만하게 이루어 질 수 있을까요?
*이미지 자료 출처: 교육부 보도자료(벤처.창업 붐! 우리 경제의 희망입니다.) 2017.03.27.
영미국가들의 대학 발 창업이 활성화 된 가장 근본적 이유는, ‘대학의 고유 전략’ 차원에서 개별 대학 고유의 ‘창업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 입니다. 특히 사립대학들의 경우, 대학 재정의 상당 부분이 ‘기부금’으로 이루어 지는데, 이 기부의 원천이 바로 ‘동문 기업가’들이기 때문에, 대학이 ‘창업’을 활성화 시키고, 또한 ‘기업가 양성’을 전략적으로 펼치는 것은 개별 대학의 전략 우선순위의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 입니다.
영국만 하더라도, 정부차원에서 개별 대학에 재정을 지원해주며 ‘이러 이러한 요건을 갖추도록 해라!’라는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별 대학들이 ‘우리는 이러한 창업생태계를 조성했고, 또한 이러한 성과를 내었다!’라고 소개하면, 성과를 잘 낸 대학에 ‘자율 예산’을 지원하여, 해당 대학이 고유의 창업생태계를 알아서 잘 조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서 기대 보다 염려가 먼저 되는 사항을 몇가지 기술해 봅니다.
첫째, 획일화 된 기준과 잣대의 적용으로 인한 대학 고유의 모델을 개발하지 못하는 문제 입니다.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형태가 되고, 또 국회 등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관계로 ‘측정과 평가가 가능한 모델’을 대학에 요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대학 고유의 모델’을 만들어 가야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정부에서 요구하는 ‘평가기준에 부합한 모델’을 만들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두번째, ‘실적용 창업’이 증가되는 현상 입니다. 창업 후 고용이나 매출실적과 같은 내용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 합니다. 기술기반 창업기업이 일정한 성과를 내는데는 5~7년 정도가 지나야 유의미한 성과를 내게 됩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인사 및 조직 시스템은 2~3년도 일관성있는 정책의 전개를 예상하기 어려운 구조 입니다. 결국 단기성과 및 가시적 성과를 위한 ‘실적용 창업’에 대학들이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추정 됩니다.
세번째, 대학이 ‘누구의 줄에 설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구조 입니다. 정부의 이해관계가 교육부, 미래부, 중기청, 산업부, 보건복지부…등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각 정부 부처별, 담당과별 ‘성과주의’와 ‘실적주의’가 만연한 흐름 가운데, 과연 대학은 ‘누구의 줄에 서야 하는가?’라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자연스레 ‘기회주의적 행동’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비효율성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는 사항입니다.
네번째, 핵심 이해관계자인, 학부생, 대학원생, 연구원, 교수 등 이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게 드리워져 있고, 자칫, 정부나 대학의 실적관리에 이들이 ‘활용되어지는 결과’가 초래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대학들이 스스로 고유의 창업생태계를 만들어야한다는 당위성이나 문제의식이 취약한 경우도 있고, 의지는 있더라도 가용자원이 부족한 경우도 있는 등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적 특성 가운데, 정부와 대학 그리고 핵심이해관계자 집단이 모두 공생할 수 있는 ‘골든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영국의 대학발 창업지원 모델이 좋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그 방향은, 첫째, 우선 정부차원에서는 현재 교육부-미래부-중기청-산업부-보건복지부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 ‘대학발 창업’관련 내용을 ‘단일 창구화’ 하는 조정이 필요 합니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행해야 할 사항입니다.
두번째는, ‘Top-Down’ 방식의 재정지원이 아닌, ‘Bottom-Up’ 방식의 재정지원이 필요 합니다. 영미국가의 R&D 재정지원 사업등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이에 해당 합니다. 우리의 경우 ‘공모-지원-심사-선정-지원-평가’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탑다운-획일화’ 모델 입니다. 이는 ‘관주도형 모델’로 산업화 시대의 잔재가 깊게 드리운 내용입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개별 대학 고유의 창업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소위 보상적 성격의 ‘자율예산’을 지원해 주는 흐름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이에 대한 좋은 사례는 영국의 내용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세번째는, 대학과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지만, 대학발 창업의 핵심이해관계자 집단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나라 대기업의 ‘사내벤처’ 및 ‘사내벤처캐피탈’ 활성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유의미하게 작동을 하면, 창업에 실패한(신용불량이 아니더라도) 학부생-대학원생-연구원-교수 등의 이해관계자들의 미래가 어느정도는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학 내 ‘연구원 고용 시스템’을 보완하여, 창업활동에 실패한 이들이 이후 일정기간 동안 ‘사업의 정리 및 재도전’을 행할 수 있는 ‘고용적 안전망’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네번째는, 이 역시 대학과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조속히 또 실효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영미국가의 대학발 기술창업은 대부분 M&A를 통해 Exit을 합니다. 영미국가에서 매출이 전혀 없는 기술창업기업을 대기업이나 펀드들이 비싼 값을 치르고 인수합병을 단행하는 이유는, ‘기술 탈취’, ‘인력 빼가기’ 등을 행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 입니다. 자연스레 기술자산(IP)을 매각하여 보상을 취하는 ‘기술개발형 창업기업’이 대학에서 많이 배출되는 흐름이 만들어 지게 됩니다. 이러한 모델은, ‘생산’이나, ‘마케팅’ 활동이 없어 고정비나 시설투자가 많이 들어가지 않고, 대학의 연구실험 인프라를 활용하기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창업’이 될 수 있습니다. 성공확률도 높이고, 정리도 쉬운 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다섯째, 글로벌 지적재산보호를 위한 시스템적 지원이 필요 합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를 대상으로 지적재산의 ‘취득-유지-보호’를 위한 총량 비용부담과 절차상의 부담을 대폭 낮추어 줄 수 있는 국가적 지원이 따라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연구개발 결과물을 미국이나 유럽등의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매각이나 이전할 수 있는 ‘연구개발형 창업기업 모델’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여섯째, 정부가, 대학이 ‘창업기업의 유효소비시장’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뉴욕시의 경우, 대학과 정부가 컨소시움을 구성하여 조달계획들을 공유한 후, 이를 예비창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고, 이 조달계획을 기초로 창업을 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들어, 개별 대학의 ‘빔 프로젝터’ 조달 수량이 파악이 되면, 이를 기존 대기업들 중심의 입찰 방식이 아닌, 스타트업들이 새롭고 또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할 경우 ‘선 구매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스타트업은 이를 기초로 필요 자원을 조달하여 연구개발 및 공급활동을 전개하는 방식입니다. 정부와 대학의 역할은 이들 스타트업들이 가지는 품질이나 기능상의 취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도록 기존 인프라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 입니다. 이는 창업 생태계 조성의 가장 핵심적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혁신의 유효소비시장’, 창업정책의 핵심 중의 핵심 입니다.
지난 이명박정부 그리고 박근혜 정부를 들면서, 우리의 경제와 교육 그리고 사회 전 영역에서 ‘관 주도형 모델’이 곳곳에 만연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21세기 시대환경에서 여전히 우리는 20세기적 패러다임에 묶여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가 오히려 민간의 영역을 침해하는 역설적 현상이 곳곳에 만연하도록 하는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서는 정부가 해야 할 핵심역할은, ‘경기장의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의 코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고,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을 때 ‘응급 대응’할 수 있는 ‘안전판’의 역할을 하는데 한정되어야 합니다. 정부의 존재가 인지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창업은 그리고 기업가적 혁신활동은, 가장 고난이도의 창조적 활동이며, 상대적으로 감수해야 할 위험 부담이 가장 큰 영역입니다. 이를 정부의 ‘성과주의’, ‘실적주의’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창업이나 기업가적 혁신활동이 갖는 고유의 정체성과 가장 정면으로 배치 되는 내용입니다. 부디 정부가 스스로 ‘존재감 없는 자리메김’이 되는 방향을 찾아 갈 수 있기를 간곡히 요청 합니다.
*자료: 이영달(2017), 도미니카공화국 정부/대학 관계자 초청 교육 강의자료.
백번 천번 공감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존재감 없는 안전판”역할을 수행하리라는 가능성은 단언컨데 0입니다. 언제나처럼 새로운 정부는 대한민국을 천국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국민적 기대를 받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애를 쓸 것입니다. 새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언론에서는 경제성장률, 취업률 등의 잣대를 통해 공과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며 정부가 한 일이 없으며, 새로운 정책 역시 기존 정책의 재탕일뿐이라며 떠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응하여 새정부는 또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뭔가를 하겠지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뭔가 다른 정책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또 새로운 포장용 슬로건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될 것입니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4차 산업혁명,… 그 다음엔 뭘까요?) 아니면 인적쇄신 차원에서 조직개편, 장관교체 등을 하겠지요. 언제나처럼 악순환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대학들은 예산을 받기 위해, 적당히 하는 척만 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