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책]
그동안 우리는 [기업 정책]이란 표현법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
“경제 정책”, “산업 정책”이란 표현법은 상대적으로 너무 익숙한 내용들이다.
“경제 정책”이 가장 상위 그리고 포괄적 개념이라고 본다면, “산업 정책”과 “기업 정책”은 같은 위계를 지니는 정책이다.
과거 우리는 “기업 정책”을 “산업 정책”의 범주에서 다루어 왔고, 대기업에 대해서는 “규제와 감독” 그리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의 방향성 아래서 정책적 사안들을 다루어 왔다.
현재 문재인 정부까지도 [기업 정책]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법무부”, “법제처”에 이르는 관련부처를 두고 전개 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기업 정책]의 주무 부처가 없는 셈이다.
관행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 영역에 대해서는 주무부처 기능을 수행하고, 중견기업 및 대기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무부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상기한 방향성과 정부부처의 위계구조 관계 속에서 중소기업부문은 셀수 없을 만큼 많은 지원정책과 시책들이 전개되고 있고, 대기업 부문은 어떤 영역은 시장기능에 반하는 과도한 규제가 전개되고 있고, 또 어떤 영역은 정책과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태이다.
“합목적성-통합성-정합성-효율성-효과성”, 즉 정책의 평가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할 기준을 적용해 볼 때 낙제점 수준의 [기업 정책]이 전개되고 있는게 우리의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기업정책]의 “본질(本質)”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기업 정책]의 본질은 선순환적 “기업 생태계(entrepreneurial ecosystem)”의 조성과 개발, 그리고 지속가능한 선순환적 성장을 위한 “법제도 시스템”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 생태계(entrepreneurial ecosystem)”는 생태학에서의 생태계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다.
생태학에서의 생태계는 1) 생산자, 2) 소비자, 3) 분해자(촉진자), 4) 무기환경으로 구성된다. 구성요소적 관점에서 기업세계에 이를 접목해 보면, 1) 생산: 창업활동, 2) 소비: 기업의 유효소비시장 기능, 3) 분해/촉진: 자본시장 기능, 4) 무기환경: 법제도 시스템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의 기업 생태계는 “1) 생산: 창업활동” 영역의 절대값만 높은 수준이지, 나머지 영역은 아직도 기대 또는 목표 수준에 한참 모자른 상태이다.
특히 “2) 소비: 기업의 유효소비시장” 영역은 상대적으로 가장 좋지 못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들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판매될 수 있는 시장이 기능화 하지 못하고 있다. B2C의 경우, 가계의 구매력이 매우 제한적이라 “가성비” 중심의 내용 외에 혁신적/창조적 산물이 판매되고 소비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B2B의 경우 공급망과 가치 사슬이 사실상 소수의 재벌에의해 과점 상태인 관계로 혁신적/창조적 산물을 공급한다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B2G의 경우 기득권화 되어 있어 신생기업 및 중소기업부문이 참여하기에 또한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전 납품실적”, “재무상태” 중심의 평가 방식으로는 신생기업과 중소기업이 정부나 공공을 대상으로 혁신적 활동을 전개하기란 불가능하고, 이는 기득권 구조로 달리 표현될 수 있다.
기업의 (혁신의) 유효소비시장이 기능화 하지 않으니, 아무리 많은 기업들이 새롭게 생겨나더라도 생존과 성장을 한다는 것이 제약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기업들의 5년 생존율이 추세하락 흐름을 보이는 것이 바로 이를 방증하는 내용이다. 3년 생존율은 미세하게 증가하였으나, 이는 정부지원의 확대로 인한 ‘수명연장 효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대기업집단이 “기업벤처캐피털(corporate venture capitals)”, “기업사모투자(corporate private equities)” 기능이나 역할을 하는데 제약이 있다. “위험 자본”이 형성되지 못하는 주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시장기능 못지 않게 심각한 부분이 바로 우리의 “법제도 시스템”이다. 기업활동의 기본법에 해당하는 “기업법” 또는 “회사법”이 여전히 상행위의 한 부분으로 간주되는 “상법”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적 위계는 1) 회사 유형의 다원화, 2) 각 회사 유형별 기초원리의 법제화, 3) 각 회사 유형의 기초원리와 정합성을 이루는 소유 및 운영 그리고 통제 시스템의 체계화, 4) 개별 회사 유형과 기업집단과의 상호관계에 대한 법제화 등에 있어 심각한 결함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우리의 [기업 정책]은 그 본질에서 비켜간채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다양한 지원 및 규제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다. 정책의 평가 기준인 “합목적성-통합성-정합성-효율성-효과성” 면에서 [기업 정책]은 낙제점으로 평가 받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정부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즉, [기업 정책]의 본질에 충실한 기능을 적극 감당하는 역할을 해야지, 민간 기업이 활동해야 할 영역에서 또 하나의 시장 참여자 기능을 함으로써 오히려 시장기능을 퇴행시키는 역설의 활동을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거듭 강조하는 사항이지만, [기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역할은 선순환적 “기업 생태계(entrepreneurial ecosystem)”의 조성과 개발, 그리고 지속가능한 선순환적 성장을 위한 “법제도 시스템”에 있다. 이것이 [기업 정책]의 “본질”이고, 정부는 “본질”에 충실한 역할론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