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정도 지나고 나면, 뉴욕은 전 세계에서 으뜸가는 [과학기술] 도시로 탈바꿈 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 재임 12년 그리고 현 드 블라지오 시장까지 이어지는 약 15년의 일관된 정책 기조 속에서 ‘금융과 관광의 도시, 뉴욕’이 [과학기술의 도시, 뉴욕]으로 변신의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10만개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반 정책 방향을 발표 하였다. 과학기술분야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 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갖추겠다는 내용이다.
그 주된 흐름은, 1) 과학기술분야 창업의 촉진, 2) 과학기술분야 인재양성을 위한 대학 정원 증원 및 투자, 이상의 2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최근 뉴욕으로 기술창업자들의 러시현상이 발생되는 가장 핵심적 이유는, ‘공공조달시장’을 ‘구조적’으로 신생기업이나 벤처기업이 주된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면적 변혁을 단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뉴욕시가 민간으로 부터 공급 또는 조달 받아야 하는 사항들을 사전적으로 상세하게 안내 하고, 제도와 재정적 지원을 통해 신생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이 ‘공공조달’을 기반으로 창업과 생존 그리고 자립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지원 하는 개념이다. [혁신의 유효소비시장]을 정부 및 공공 영역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뉴욕시립대학을 기초로 과학기술분야의 인재 공급을 양적/질적 측면에서 대폭 확대하는 ‘인구정책’을 펼치고 있다. 뉴욕주의 공립대학들은 올해 부터 ‘무상교육’을 실시 한다. 뉴욕주민 및 뉴욕시민들의 경우, 가계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학비 없이 공립대학을 다닐 수 있다. 대학의 과학기술 분야의 정원을 대폭 늘리고,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의 경우 과학기술분야의 조기 경험 및 학습을 위해 ‘고등학교+대학’ 과정인 P-Tech 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교육의 미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성공적 대안 교육 프로그램’이다.
공공조달을 통한 과학기술 기반의 창업 촉진과 인적 공급의 확대를 통해 금융과 관광 그리고 쇼핑의 도시 즉, 생산적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던 도시를 과학기술이 주류가 될 수 있도록 그 기초를 완전히 변혁하는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도시, 뉴욕]으로의 행보에 있어 2017년은 기념비적 해에 해당할 수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 시절 착수 된 ‘코넬대-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구글’ 컨소시움으로 구성된 ‘테크 센터’가 드디어 오픈을 하는 해이다. 맨해튼과 퀸즈 사이의 루즈벨트 아일랜드에 자리하고 있는 ‘테크 센터’는 [대도심 기반 산학연 클러스터]의 형식을 띄고 있다. 세계 최대 배후 시장을 두고 있는 관계로 기술이 사업화 되는 일련의 주기와 방법에 있어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 된다.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현장 투어 프로그램을 가동시키고 지역 주민과 언론인을 상대로 한 소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의 ‘산학연클러스터’들이 있지만, 유의미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1) 임계규모의 시장기능 미 조성, 2) 협력 가버넌스의 미 정립, 이상 두가지를 핵심적으로 꼽을 수 있겠다.
‘클러스터 이론’에서는 특정 클러스터가 작동을 하거나 기능화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해당 클러스터 자체가 일정한 규모를 지녀, 클러스터 내 참여자들 간 ‘거래’가 일어 날 수 있는 ‘시장 기능’이 작동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그 규모나 기반이 취약하여 ‘시장 기능’이 만들어지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측면들이 많다.
‘산학연 클러스터’의 모범 사례들을 살펴 보면, 대부분 가버넌스가 ‘대학’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대학이 갖는 고유의 특성에 기인한 부분이다. 우리나라도 대학이 리더십 역할을 하는 ‘산학연 클러스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분은, 여전히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산학협력’ 기능을 ‘보조적 기능’으로 간주하는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특성들 때문이다. 또한 대학의 가버넌스가 지속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한 측면도 중요한 영향 요소이다.
[과학기술의 도시, 뉴욕]으로의 변혁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부의 재정투입을 최소화 하고, 오롯이 ‘행정력’을 통해 민간의 유의미한 변혁적 활동을 이끌어 내는 부분이다.
위에서 소개한 ‘루즈벨트아일랜드 테크 센터’ 프로젝트의 경우도, 기존 시가 소유하고 있던 부지를 장기간 무상임대 하는 형식을 통해 전개하는 사항이다. 본 프로젝트 경쟁입찰 시, 코넬대 컨소시움과 경쟁에서 탈락한 ‘스탠포드-뉴욕시립대 컨소시움’에게는 ‘뉴욕시립대 시티 칼리지’ 내 캠퍼스 부지를 마찬가지로 장기간 무상 임대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스탠포드대 뉴욕 캠퍼스’를 ‘캠퍼스 인 캠퍼스’ 형태로 추진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발휘 해 주었다.
뉴욕의 브루클린 일대는 초대형 혁신 클러스터로 재 탄생되고 있는 중이다.
이전에 창고 또는 공장으로 사용되던 인프라가 새롭게 리노베이션을 단행하며, 혁신 기지로 속속 탈바꿈 되고 있다. 시가 소유하고 있는 인프라에 대해서는 민간에게 장기 임대 조건을 통해 민간 투자를 기반으로 한 변혁적 활동을 전개하도록 하고,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인프라에 대해서는 행정(규제) 및 세제상의 인센티브를 부여 하여 민간 스스로의 혁신기지화 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 조성 활동의 곳곳에는 ‘과학기술기반 문화 조성’ 활동도 섬세하게 잘 투영되어 있다. 뉴욕시 공립 초중등학교의 학생들은 NYC Teaching Fellow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활동한 ‘경험있는 전문가 선생님’으로 부터 과학기술 분야의 교육을 받는다. SAT나 대학 입시를 위한 학습이 아니라, 실제의 세계에서 “쓸모 있는 지식과 경험”을 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받고 있다. 초등학생 때 부터 ‘메이커스 페어’에 자신이 만든 무엇을 들고 나가 경진대회도 하고, 또 비즈니스도 행하는 일련의 활동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와 함께 하는 다양한 메이커스 프로그램이 있고, 저소득층 가계를 대상으로는, 해당 부모가 자녀와의 활동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해 ‘시급’이나 ‘급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대신 지급해주는 지원 프로그램까지 섬세하게 만들어 미래세대의 교육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였다.
미국 전역에는 RIN(regional innovation node) 이라는 지역혁신클러스터 사업이 있다. 총 13개의 RIN이 있는데, 뉴욕 RIN은 이들 중 성과나 효과성 면에서 으뜸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 배경에는 뉴욕, 펜실베이아, 메사추세츠 등 미 동부 핵심 주에 걸친 지역적 특성도 있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배후 시장이 존재하고, 이들 시장이 ‘혁신’을 소비해 줄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정부차원에서 ‘혁신의 유효소비시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행정력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부각되고 또 강조되어야 한다.
결국 자발적 혁신을 끌어내는 핵심 동력이 ‘시장’인 셈이다.
뉴욕시의 제반 도시개발 사업 및 인프라 조성 사업에는, 1) 과학기술의 혁신적 접근법의 적극적 채택, 2) 과학기술 기반 신생기업과 벤처기업들이 절대적 우선하도록, 3) 품질 및 기능성의 불충분과 혁신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공공의 역할 정립, 4) 투명한 행정으로 혁신을 뒷 받침 한다는 일련의 원칙을 지니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도심 지상 트램 프로젝트’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총 사업비 28조원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인데, 이를 신생기업과 벤처기업을 통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다. 브로드밴드, IoT, 뉴미디어, 신소재, 인공지능 등 첨단 혁신 기술 기반의 ‘뭘 좀 한다는 기업’들이 속속 뉴욕으로 몰려드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에 뉴욕시의 인적공급을 지속적으로 행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무수히 많은 횟수와 비용을 들여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 했고, 서울시는 뉴욕시를 벤치마킹하여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그간 투입한 비용과 노력 대비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 내었다고 하기에는 성과나 변혁의 정도가 충분치 못한 실정이다.
그 이유는, ‘관점(perspective)-원칙(principle)-실행(practice)’의 위계적 접근법에서 우리는 철학에 해당하는 ‘관점’의 영역은 등한시 하고, 눈에 보이는 ‘실행’ 단계의 내용들 중심으로 ‘겉 모습 베끼기’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조금 더 철학적 측면, 즉 관점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왜 해야 하는가?’라는 측면에 대한 고민이 보다 충실하다면, 접근 방법이나 실행의 과정도 보다 진일보 할 수 있을 것이다.